사회일반

장애인·고령층 배제하는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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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자치도,응급실 체계가 응급하다 (중)
"모두가 쉽게 이용하는 의료환경 만들어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응급실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과 고령층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전체 인구의 23.3%가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돼 있고, 장애인구 비중도 6.6%로 전국(5.1%)보다 높으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응급실을 위한 지역사회와 각 의료기관의 대응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홀로 거주하는 장애인과 고령층은 아파도 응급실까지 이동하기조차 어렵고, 응급실에 방문하더라도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야 하는 진료과를 선택하는 일부터 의사와 간호사의 어려운 말까지 모두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 장애물이 된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강원대병원 응급실에서 7시간동안 대기하던 도중 사망한 환자 A씨는 보호자 없이 홀로 응급실을 방문했다 화를 당했다. 병원과 경찰에 따르면 의료진은 A씨가 심정지 상태에 이르기 전 밤 11시에서 새벽 2시까지 세 차례에 걸쳐 A씨의 이름을 불렀으나 A씨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병원은 귀가한 것으로 판단해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붐비는 응급실에서 '경증'판정을 받고 대기하던 중 악화되고 있었으나 아무도 상태를 보살피지 않아 결국 사망한 채 발견된 셈이다.

장애인 역시 병원을 이용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말로 하는 소통이 어렵고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겪는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병원 이용에 두 배, 세 배의 어려움을 겪는다. 춘천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한수민(36)씨 역시 혼자 병원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어디로 가야 할지부터 헷갈리는데다가 힘들게 의사를 만나더라도 말이 어렵고 설명이 충분하지 못해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씨는 "병원에 혼자 가야 하면 무서울 것 같다"며 "의사 선생님 말을 혼자 알아듣기는 힘들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은 병원에서 잘 해 주지 않아 어렵다"고 토로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다양한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동권을 방해하는 직접적인 차별부터 장애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말 사용까지 다양한 유형의 차별이 있다. 사진은 장애인 이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모습.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한 강원대병원 응급실 사망 사건 역시 이와 같은 의료환경의 문제가 한번에 겹치면서 나타난 문제로 판단하고, 장애인과 고령층 비율이 높은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앞장서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응급실과 병원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강원자치도내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고령층 비율이 급증하고, 1인 가구 비율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배제적인 환경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수정 강릉원주대 간호학과(노인간호·생애말기간호) 교수는 "가장 안타까운 지점은 혼자 응급실에 방문한 어르신에 대해서 보다 섬세한 접근이 없었다는 점"이라며 "응급실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긴급한 도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히 각별한 관심이 필요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가장 중심에 두는 관점에서 의료와 간호, 무엇보다 환자에게 필요한 적절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병원의 인력을 늘려야 하고, 병원도 고령층 혹은 장애인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는 환자들이 병원에 동행할 사람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등 복지 차원의 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병원의 구조 자체를 혼자 방문하는 고령층, 장애인 친화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의 디자인 뿐 아니라 서비스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중심에 두고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병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 등 현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불평등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특이한 사건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라고 지적하고, "보호자와 함께 병원에 동행하는 상황 등, 암묵적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황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다시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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