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지휘부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공수처에 따르면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 5명은 지난 17일 오후 6시 20분께 정부과천청사 인근 식당에서 1시간가량 저녁 식사를 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언론에 공지한 시점으로부터 30분가량 지난 시점이다. 이 자리에는 공수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대환 수사3부 부장검사와 윤 대통령 사건 주임 검사인 차정현 수사4부 부장검사도 참석했다.
한 언론이 보도한 식당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오 처장 등 참석자들이 와인잔에 와인을 채워 건배하는 모습이 담겼다. 차 부장검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와인잔을 입에다 가져다 대고 마시는 듯한 모습도 나왔다.
공수처는 이 자리에서 맥주 2병과 탄산음료 등을 주문했고 와인은 직접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식사 비용은 40만원가량으로 알려졌는데, 오 처장의 특정업무경비로 결제했다고 공수처는 밝혔다.
공수처는 "와인과 맥주는 오 처장과 이 차장만 마셨을 뿐 수사팀원이 음주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지휘부의 격려와 함께 영장 집행에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위한 것일 뿐 음주를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오 처장은 조사에 불응하고 있는 윤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 측에서도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라며 "서울구치소를 찾아 강제구인과 현장조사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도 이날 출입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강제구인이라기보다는 강제구인과 현장조사를 포함한 조사를 위해서 오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리핑 직전인 오전 10시 20분께에는 공수처 차량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과해 내부로 진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수사팀이 조사를 위해 구치소를 찾은 것으로 관측되지만, 공수처는 "상황이 종료되고 파악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대통령 지지자들이 수사팀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해 수사팀 전원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수사 상황을 사전에 확인해주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공수처 관계자는 "강제구인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고 체포와 구속은 조사를 위한 단계이기 때문에 조사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 중"이라며 "대면조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