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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지진, 예언, 그리고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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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기자

지난 15일 일본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 바다에서 진도 5.1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다들 화들짝 놀랐다. 특히 최근 일본 도카라(吐葛喇) 열도에서 3주간 2,000여회의 소규모 지진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일본과 더불어 한국에서도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불안의 원인은 1999년 7월에 발간된 일본 만화 ‘내가 본 미래―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코믹스’ 때문이다. “그깟 만화가 대수냐”라며 무시할 수 있겠지만 이 만화가 올 초부터 일본을 비롯해 한국과 전 세계를 강타했다면 사정이 다르다. 한동안 잊혔던 이 만화가 대중의 관심을 이끌게 된 것은 2011년 3월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이다. 일명 ‘동일본대지진’이다. 만화에는 ‘2025년 7월 대재앙’ 예언도 담겨 있다. 당초 예언 날짜는 2025년 7월5일이었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아직도 예언의 여파는 남아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감소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요즘에는 일본 후지산 폭발이 우려된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외 방송 및 언론이 이 같은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우려감은 커졌다. ▼이미 시간은 지났고 걱정했던 일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관심이 줄지 않은 상황을 보면 과거 세기말 ‘휴거’ 소동이 떠오른다. 휴거론을 신봉하던 교회의 목사와 신도들이 함께 모였다. 해당 교회에 각종 방송사들이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결국 예정된 시간에 ‘휴거’는 없었다. 결국 신도들은 밤 늦은 시각에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방송으로 드러난 이들의 표정에서는 허탈감보다는 믿음의 모습이 더 컸다. ▼사실과 상황을 보고 판단하기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겠다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진이야 예측 불가여서 항상 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예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것에 전 세계가 흔들렸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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