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문화예술 진단
-드럼·컴퓨터·미술… 밤에 배우고 즐긴다
21세기 문화는 문화향유자, 문화소비자 중심을 향하고 있다.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도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즉 일과 후 문화생활을 누리기 어려운 직장인과 학생들이 평소 문화체험 및 학문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공공문화시설의 시·공간적 서비스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국·공립 문화시설의 야간개장서비스 확대 실시'를 전면에 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도내 박물관 도서관 문화의 집 등 지역공공문화시설에도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밤에도 불 켜지는 문화시설
지역공공문화시설 가운데 가장 먼저 야간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정착시킨 곳이 바로 '문화의 집'이다.
춘천 중앙로에 위치한 춘천청소년문화의 집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9시까지 드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직장인과 학생 40여명이 드럼교실을 수강하기 때문이다.
드럼교실은 지난 2002년 4월 개관 당시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강좌로 춘천청소년 문화의 집을 대표하는 야간프로그램으로 정착됐다.
춘천청소년문화의 집 유미현간사는 “야간시간을 이용해 드럼을 배우려는 성인들의 요구가 많아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주 판부 문화의 집은 지난해 하반기 직장인을 상대로 주중 야간컴퓨터교실을 운영했다. 더구나 초등학생을 둔 주부들이 많아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교실까지 마련해 호평받았다. 심지어 성인보다 어린이 프로그램이 더 인기가 많아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원주 판부 문화의 집 이상훈사무국장은 “신흥개발지역과 아파트밀집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때문인 것 같다”며 “조만간 지역내 성인들을 대상으로 문화욕구 설문조사를 실시해 강좌개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문화의 집' 1호인 강릉 문화의 집은 이미 지역내 직장인들의 소모임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무료로 개방되는 회의실은 매일 저녁 문화예술관련 동아리모임부터 지역민들의 친목모임이 가능하다.
강릉문화의 집 김문란실장은 “음식점에서 모이는 것보다 효율적이라 문화의 집을 이용하도록 권장한다”며 “인기가 많은 '강릉 인 디지탈'프로그램도 직장인들의 참여도가 높아 저녁에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의 양적 확대와 홍보 선행돼야
지역공공문화시설 운영관계자들은 정부의 야간서비스 확대 실시 방침에 따른 문화프로그램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강원대 중앙박물관 김남돈학예연구사는 “먼저 볼거리가 있어야 박물관을 찾게 되지 않겠느냐”며 “올해 대학생뿐 아니라 지역민을 위한 주말프로그램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공공문화시설 운영자 및 이용자들은 모두 야간프로그램의 정착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요와 프로그램 홍보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춘천문화원은 지난 2002년 직장인을 위한 한문교실을 저녁시간대에 운영했지만 수강생이 없어 결국 폐지했다. 또 국립춘천박물관도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해 11월초 야간연장서비스를 실시했으나 방문객이 1명도 없어 국립지방박물관 가운데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대해 문화계에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의 개설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는 토요일'을 겨냥한 각 시설의 토요문화체험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강릉 문화의 집 김실장은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수요자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며 “주부중심의 편향된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을 흡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널리 홍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주판부문화의 집 이국장도 “현재 관리인력문제가 절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수요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며 “자원봉사자를 활용한 적극적인 야간프로그램 운영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정명숙기자·brightms@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