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문화예술 진단]이주여성·자녀 위한 지역문화 역할

 -“함께 어울릴 문화사랑방 필요하다”

 국제결혼으로 늘어난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도 분명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 그러나 대부분의 결혼이주여성들은 사회적 편견에 속앓이를 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난관에 부닥치며 생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적극적인 수단과 방법으로서의 '문화예술'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및 자녀 실태

 도에 따르면 도내 여성결혼이민자는 16개국 1,706명. 지난 2003년 1,158명보다 3년새 600여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주 여성의 출신국은 중국이 41.6%로 가장 많았으며 일본이 22.2%, 필리핀 1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시·군별로는 원주가 158명, 홍천이 150명, 춘천이 147명, 횡성이 143명, 평창이 142명 등 군단위 지역으로 갈수록 수치가 높은 편이다.

 결혼이주여성의 자녀는 2,085명에 달한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생이 8명, 중학생이 38명, 초등학생이 360명, 미취학아동이 1,679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문화와 이주여성가족 삶

 다문화사회로 변화해가는 과정속에서 전국문화원연합회가 지난해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펼친 '결혼이주여성 문화체험 시범사업'이 주목 받고 있다. 전국 지역문화원을 상대로 공모한 이 사업에 도내에서는 강릉문화원과 정선문화원이 참여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강릉문화원(원장:정호돈)은 '지구촌 아내들의 신관노가면극 한마당잔치'를 타이틀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말까지 사업을 실시했다. 관노가면극배우기를 비롯 문화원회원들의 모임인 임영회원들과 이주여성의 문화사랑방 꾸미기, 흙과 불의 만남, 음식모녀 등의 프로그램을 공동진행한 것. 강릉문화원 정운성문화연구팀장은 “단순한 한글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예술을 배우며 지역사회와 이주여성들간의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서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우리 나라의 생활방식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부터 '정선아리랑과 함께하는 우리가족 사랑의 공동체'를 실시한 정선문화원(원장:배선기)은 이달말까지 사업을 완료한다. 정선지역 결혼이주여성들은 정선아리랑학교에서 정선아리랑기능보유자에게 직접 아리랑을 배우고 남편과 시부모들의 응원을 받으며 외국인 정선아리랑 경창대회에 참가, 지역사회와 하나되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진용선정선아리랑학교장은 “한국의 혼 정선아리랑을 통해 세계가 하나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행사였다”며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춘천지역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탁교육중인 이유라강원소리진흥회장도 “대부분 아시아권 여성들이라 우리 소리와 악기의 리듬을 잘 소화하는 편”이라며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가락을 익히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문화예술, 다문화사회로 가는 징검다리되자

 결혼이주여성문화체험시범사업을 실시한 전국문화원연합회측은 '지역사회의 편견'과 '이중언어의 극복'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의 총괄기획을 맡았던 권순석문화컨설팅바라대표는 “또래 아이들의 놀림과 이웃주민들의 편견 때문에 가정파탄으로 연결된 경우도 있었다”며 “집밖으로 내놓지 않고 숨기는 가정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서로 드러내놓고 만나서 이야기하며 이질적인 문화를 동질적인 것으로 바꾸는 소통 작업은 현재 1,600명이 넘는 미취학아동들을 고려할 때 더욱 절실한 실정. 이같은 관계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할 지역내 현장활동가 확보가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교육자원부 여성가정부 보건복지부 등 각 부서마다 결혼이주여성 및 자녀를 위한 정책은 생산되는데 이를 지역사회에서 체계적으로 실현시켜 줄 전문가인 부족하기 때문이다.

 권대표는 “지역문화원 문화의 집 등 문화기관은 물론 문화예술인들이 앞장서 다문화 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숙강원발전연구원 연구원은 “단발성의 한국어교육이나 문화체험보다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여 지역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숙기자·brightm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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