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공연일정 … 창작의욕 상실
지역예술계에서는 창단 8년에 들어선 도립예술단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한 번쯤 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한편에서는 도립예술단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수준 높은 작품을 수행할 수 있는 규모로 단원을 보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는 진단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99년 무용단과 국악관현악단으로 창단된 도립예술단은 도민들의 문화향수 기회를 확대해 정서함양과 문화의식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도립예술단이 창작을 통한 정체성이 분명한 강원예술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각 행사에 '불려 다니는' 하부조직으로 전락해 있다는 비판도 있다. 또 도립예술단이 시^군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출연해 지역 예술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립예술단의 운영실태
도립예술단은 창단 후부터 국내외 공연과 일반교육을 강화해 도민과 함께하는 예술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기공연를 비롯해 지역 순회공연, 찾아가는 예술활동 등을 통해 도민의 문화예술향유을 위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현재 국악관현악단은 지휘자를 포함 18명, 도립무용단이 22명의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도문화예술과 담당자는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매년 70~80회 공연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국제관광전, 대한민국축제박람회, 강릉단오제, 화천비목문화제, 강원도민체육대회 등에서 강원의 소리와 몸짓을 국내외에 알렸다. 특히 다음달 15일에는 2014평창동계올림픽 IOC 실사단 환영만찬공연이 계획돼 있다.
■창작이 곧 경쟁력이다
예술단 내부에서는 예산부족과 빡빡한 일정 등으로 인해 창작활동이 쉽지 않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도립예술단의 전체 공연은 총 70건. 매달 6건의 공연이 잡혀있고 매주 1건이 넘는 공연을 해야 하는 셈이다. 따라서 따로 창작공연을 기획할 시간이 부족하다. 오는 2월15일 계획되어 있는 동계올림픽 IOC 실사단 환영만찬 공연의 경우도 1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 행사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준비기간이 촉박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무용단 단원들은 “각종 지방공연과 해외공연이 줄줄이 잡힐 때가 많다”며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과중한 공연일정 탓에 국악관현악단과 무용단의 정기창작공연은 연1회에 그치고 있다. 경기도립무용단의 경우 연2회의 정기공연과 1회의 기획공연을 마련, 활달한 무대로 도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전북도립국악원의 경우 단원들의 개인창작활동을 적극 지원해 대비를 보이고 있다.
전북도립국악원 관계자는 “무용단의 경우 26명 중 10명이 매년 개인발표회를 갖고 있다”며 “안무자의 지도를 통한 단원들의 기량 향상이 곧 예술단의 경쟁력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도립예술단이 꼭 서야 할 무대가 아닌 시^군 행사에는 지역 예술단체에 공연 기회를 넘겨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역량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무용계의 시선은 도가 올해 무용단의 안무자를 선임할지에 쏠려있다. 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의 자리는 지난해 1월 지희영씨가 사퇴한 이후 1년간 공석이다. 도립무용단만의 개성적인 몸짓을 창조해낼 지도자가 부재해 있는 상황이다.
안무자의 역량이 곧 네임밸류가 되는 한국무용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시급히 보완해야 할 사안이다. 게다가 2014평창동계올림픽이 유치되면 개막식과 폐막식 등에도 한 축을 담당해야 함으로 역량 있는 안무자 선임을 통한 단원들의 기량과 공연 작품의 수준 향상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돼 있다.
같은 시기에 창단된 제주도립무용단의 경우 안무자인 양성옥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필두로 전국에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경기도립무용단의 경우 남성 승무로 유명한 김정학씨를 안무자로 위촉해 최고의 무용단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경기도립무용단의 한 단원은 “예술의 질적 향상을 우선시하면 양적인 성과도 동시에 거둘 수 있다”며 “타 시^도 예술단이 거둔 성공의 배경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왕기기자 wanki@kwnews.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