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군 기린면 방동2리 방동약수마을은 국내 최대의 원시림으로 울창하게 덮여있는 방태산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방동약수마을 뒤편으로 이어져 있는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맑은 소리를 내며 깨끗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2단 폭포와 마당바위 등 수려한 경관이 빼어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며 그림 같은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는 곳이다.
마을에서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마을 작은 길과 휴양림 내 산책로는 자연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고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어 온몸으로 자연의 시원한 맛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이 마을에는 자연보호중앙협의회가 ‘한국의 명수’로 지정할 만큼 효험이 있는 방동약수가 자리 잡고 있어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약수를 맘껏 맛볼 수 있다.
# 심마니가 찾았다는 방동약수
한 심마니가 산삼을 찾아나섰는데 동자가 심마니에게 손짓을 해 그곳에 가보니 동자는 사라지고 60년생의 씨가 달린 잎이 여섯 난 산삼을 발견해 캐게 됐다.
산삼을 캔 심마니가 땅을 파 보니 그곳에서 약수가 치솟았고 방동약수로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전설을 마을 노인들이 전했다.
300여년 가량 된 엄나무 아래에 깊이 팬 암석 사이에서 솟아나는 방동약수는 영락없는 사이다 맛으로 탄산과 철, 망간, 불소 등을 함유하고 있어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혈당을 낮추는 데도 좋다고 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방동2리 방동약수마을은 1970년대 중반까지 화전민들이 모여 살던 첩첩산중의 오지였고 지금도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랭지채소를 재배하는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
최근 여름철을 중심으로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펜션과 황토방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주민들은 새농어촌 건설운동 추진을 통해 마을을 농업과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농촌체험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과거- 화전민의 생활터전
인제지역 최고 오지로 꼽히는 기린면 진동리와 시가지가 조성돼 있는 현리의 길목에 위치한 방동2리는 북쪽으로 설악산 점봉산, 남쪽으로 개인산과 접하고 있는 해발 1,443m의 방태산 줄기에 자리 잡고 있는 산촌마을이다.
1970년대 중반 이장을 했던 최종완(63)씨는 “그때만 해도 마을 주변의 산에서 화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화전민들이 70여 가구에 달할 정도였다”며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화전민들을 마을에 정착시키면서 독가촌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1975년부터 화전정리사업과 함께 조림사업을 시작했고 사유지에서만 농사를 짓게 하면서 화전이 사라지고 마을 주변 산림이 울창해졌다”며 “소규모 농사를 지으며 근근이 살아가던 마을이었는데 방태산 자연휴양림과 방동약수가 알려지면서 이제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마을로 변모했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벼농사와 함께 콩 고추 등을 재배하고 있는 김정회(60)씨는 “30∼40년 전에는 화전이 성행하면서 밭이 모자라 농사를 짓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농사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 마을을 떠나 노동일을 하기도 했었다”며 “조그마한 땅이지만 논과 밭이 생활터전이 돼 자식들을 장성시킬 수 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양춘덕(58)씨도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왔고 지금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지키기 위해 농사를 짓고 있다”며 “요즘 농업에 민박과 체험관광을 접목한 마을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면 상전벽해의 느낌이 든다”고 했다.
# 현재-청정 농산물 생산·판매 주력
방동약수마을 주민들은 전형적인 산촌마을에서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농촌체험관광마을로 완전히 탈바꿈하기 위해 새농어촌 건설운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태산 자연휴양림과 방동약수가 유명세를 타면서 마을에는 펜션과 황토방이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고 전통적인 고랭지채소 재배 이외에도 오미자 등 특용작물 재배도 이뤄지고 있다.
농업인 원상철(42)씨는 “콩 옥수수는 농협과 계약재배하고 무 배추는 군납을 하고 있는데 요즘은 인력은 부족하고 자재비는 계속 인상돼 농사 짓기가 힘겹다”며 “그래도 내 고향을 지킨다는 자긍심을 갖고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고랭지채소와 옥수수 콩 등을 재배하고 있는 최종진(56)씨도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채소와 나물 약초 등은 청정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보다 맛이 좋고 깨끗하다”며 “주민들 모두가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도시 생활을 접고 5년 전 마을에 정착해 펜션 ‘솔잎향기’를 운영하고 있는 서정석(50)씨는 “마을에 있는 방태산이 워낙 아름답기 때문에 여름철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며 “앞으로는 관광객들이 농사를 직접 체험해보는 환경을 마련해 농업과 펜션 사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과의 직거래도 늘려 나갈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경기도에서 생활하다 남편의 고향으로 귀향한 허정미(여·38)씨는 “콩은 농협과 계약재배하고 고추는 가락동시장에 납품하고 있는데 요즘 비료 값이 오르면서 농사일이 어렵지만 가족 같이 생활하는 주민들과 함께 영농을 하다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허씨는 또 “중학교에 재학중인 두 자녀가 있는데 시골이라 학원이 없고 문화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록(여·49)씨는 “요즘 자재비가 많이 올라 농사만으로는 생활이 힘들어 송이과 약초 채취도 하고 있는데 어려운 환경이지만 내 가족처럼 잘 단합하는 마을 분위기가 좋다”며 웃어보였다.
황토방 ‘꽃피는 산골’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수(여·51)씨는 “1985년 남편의 고향으로 무작정 귀향해 농사는 물론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해오다 이 일대에서는 처음으로 민박을 시작했고 남편은 이제 황토방 건립 전문가가 됐다”며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온 관광객과 등산객들의 아늑한 쉼터가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오미자를 대량 재배하고 있는 이상용(51)·유영실(49)씨 부부는 “귀향한 지 9년이 됐는데 일반 농산물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어 특용작물인 오미자와 곰취 재배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했다.
이상용씨는 오미자 효소를 이용해 음료수를 만들고 있으며 이를 대중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데 그동안 관련 특허를 3건이나 출원하는 등 농사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솔마루 황토펜션’ 대표 최수남(47)씨는 2004년부터 팜스테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도내 35개 마을 연합체의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이에 대한 연구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최씨는 “우선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묵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들과 농산물 직거래를 활성화하면 출하 문제 등이 해결된다”며 “요즘은 농촌체험관광사업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고 마을 주민들과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 미래-‘농촌체험관광마을’로
방동약수마을 주민들은 방태산 방동약수 등 수려한 자연환경과 농사 체험이 어우러진 농촌체험관광마을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각종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새농어촌 건설운동의 본격적인 추진을 통해 마을을 발전시키기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됐으며 ‘인심과 정이 넘치는 고향 같은 농촌, 농업과 관광을 함께할 수 있는 마을’로 만들기 위한 각종 사업을 차근차근 진행시켜 나갈 계획이다.
기린고 2학년 원석배군은 “좋은 일은 서로 기뻐하고 슬픈 일은 서로 나누는 우리 마을이 자랑스럽다”며 “정이 넘치고 소득이 높은 농촌마을로 가꿔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생 원석진(기린중 2년)군은 “인터넷 기반이 잘 마련돼 인터넷 이용 속도가 빨라졌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인 소망을 나타냈다.
기린중 1학년 이태연군은 현리까지 운행되는 버스가 자주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공기와 물이 맑고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마을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농촌관광마을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동약수마을 손영주(57) 이장은 “마을 주민들의 화합을 바탕으로 관광객들이 다시 찾아오고 싶어하는 농촌관광마을로 만들어 가겠다”며 “관광객들과의 직거래, 인터넷을 이용한 농산물 판매 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주민들의 힘을 모아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방동약수마을 주민들은 올해 마을 주변의 산을 이용해 4시간 코스의 등산로를 개설키로 하는 등 ‘가보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인제=심은석기자 hsilve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