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외지인 한명 구경하기 힘들었지 지금은 손님맞이에 살맛나”
<8> 속초시 노학동 응골마을
속초시 노학동 응골마을은 노리에서 청초천 건너편 산기슭에 자리잡은 속초에서 몇 안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설악산 자락인 청대산 두루봉 아래 마을은 설악산 달마봉과 울산바위가 한폭의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응골마을 주변에는 사조콘도, 연호콘도, 금호콘도 등이 있으며 인근 척산마을에는 척산온천휴양촌과 척산온천이 들어서 있다.
마을에서 10∼20분 거리에는 설악산국립공원과 설악워터피아, 동해바다, 대포항과 동명항, 청초호와 영랑호 등 속초의 유명관광지가 있고 속초의 사통팔달 교통요충지에 위치해 체험형 관광농업지로 부상하고 있다.
>> 스님들에게 시주 잘한다 ‘응골마을’
설악산 달마봉 능선을 따라 맥이 흐르다 청대산 두루봉에서 혈이 맺힌 북쪽 기슭에 자리잡은 마을로 높이 솟은 청대산 두루봉에 의해 응달이 많이 진다.
이런 이유로 응골을 한자로 표기해 응곡(應谷) 또는 응동(應洞)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마을 유래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이 생기기 시작한 연대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백수십년전 이 마을에 고욤나무집 서림집 도룡골집이라 불리는 3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어느날 스님들이 이 마을을 찾았는데 주민들이 어질고 인심이 후해 시주를 오면 잘 응해 주었다고 한다.
이에 한 스님이 마을 이름을 물었으나 마을 이름이 없다고 하자, 시주를 오면 잘 응해 준다고 해 응골이라고 지어줬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 외부와 두절된 농촌마을
응골마을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광복을 전·후로 마을에는 몇가구가 살지 않았지만 미군정 시절을 지나 주민들 하나둘씩 터잡아 들어오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응골마을에는 45가구 218명의 주민들이 43ha의 농경지를 일구며 생활해오고 있다.
마을의 원로이자 촌장으로 불리고 있는 김기영(79)씨는 “대대로 응골마을에서 살아오면서 6·25전쟁 당시에는 인민군으로 차출돼 북으로 이송되다가 함경남도 영흥에서 도망쳐 고향마을로 되돌아 온 뒤 지금까지 고향을 지키고 있다”며 “이웃간에 화목하고 인심이 좋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마을을 감싸안은 청대산 기슭에는 6·25전쟁 당시 주민들이 피난을 했다는 피난바위가 아픈기억을 간직한 채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동안 외지인이나 관광객들에게 이렇다할 보여줄 것이 없었던 마을은 그야말로 조그만 논밭뙈기를 붙이며 생활하는 소박한 농촌마을의 전형이었다.
이에 최근 몇년전까지만 해도 마을을 찾는 외지인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적해 주민들만의 공동체 생활을 해왔다.
주민 함철금(70)씨는 “농사만 짓던 조용하던 마을이 몇년전부터 관광객들이 찾고 있어 무엇인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손님이 많이 찾으면 그만큼 생기 넘치는 것 같아 좋기만 하다”고 말했다.
채옥내(55)부녀회장은 “예전에는 하루종일 있어봐야 외지인 1명 구경하기도 힘들 정도로 보잘 것 없는 마을이었다”며 “그러나 최근들어 마을에 관광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외지인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사계절 체험과 축제가 있는 마을 변신
교통과 설악산관광 요충지에 위치한 마을이 성장동력을 찾은 것은 2006년 새농어촌건설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부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살맛나는 마을을 만들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에 2006년 강원도 새농어촌건설운동 우수마을과 청정강원 으뜸농산물 시범마을로 각각 선정되면서 관광과 연계한 소득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마을 소득사업의 첫발은 농한기 놀고있는 일손을 이용해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한 고설식 딸기재배단지 조성이다.
고설식 여름딸기는 대관령이 알려져 있지만 고설식 겨울딸기는 응골마을이 도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라는게 주민들의 자랑이다.
주민들은 2006년 속초시농업기술센터의 기술자문 등을 거쳐 상사업비 등 2억6,000만원을 들여 1,700여평에 고설식 딸기 양액재배 하우스단지를 조성, 운영에 들어갔다.
재배된 딸기를 시중에 유통하지 않고 딸기체험을 위해 찾고 있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출하 첫해인 지난해 1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에는 1억5,700만원, 내년에는 2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등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 크리스마스 딸기축제기간인 이틀동안 3,0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등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동남아시아는 물론 단체 및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을부녀회원인 신영녀(57)씨는 “노지재배와 달리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도 가슴높이에 매달려 있는 딸기를 수확할 수 있어 힘들지가 않다”며 “그동안 비용관계로 마을 어르신들을 제대로 모시지 못해 마음이 아팠지만 딸기재배로 마을소득이 늘어 그동안 부족했던 점들을 하나둘씩 해결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응골마을은 그동안 자그마한 논밭에서 거둬들이는 농산물에 의존하다보니 소득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동안 마을 평균소득은 500여만원 수준이었지만 2년차를 맞고 있는 딸기재배로 평균 1,000여만원이 넘어서는 등 2배 이상 소득이 증가했다.
김기춘(62)응골딸기연구모임회위원장은 “주말과 휴일엔 딸기재배단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부족한 재배기술을 익히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고설식 겨울딸기 재배에 만족하지 않고 대체작목 개발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을 노인회에서도 이에 부응해 2006년부터 분재재배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딸기재배단지 인근 농지에 적송1·2·3호, 박태기나무, 영춘화, 쥐똥나무 등 4,300그루의 묘목을 심어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마을이 살기좋은 곳으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은퇴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마을에 정착한 김상렬(66)전 고성중·고교장은 “마을이 청대산 자락에 위치하고 경관도 수려해 은퇴 뒤 여가 등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며 “주변의 지인들도 은퇴를 한 뒤 응골마을에 정착하기 위해 준비중인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말했다.
>> 사계절 체험형 농촌문화관광마을 꿈꿔
주민들은 농촌체험과 관광을 결합한 상품에 대한 성공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면서 도시인들이 농촌을 경험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사계절 관광지 조성을 위해 각종 관광관련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6년 새농어촌건설운동과 청정강원으뜸농산물 시범마을 선정에 이어 농촌건강장수마을, 청대산과 연계한 농촌테마마을, 녹색에너지시범마을 등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마호영(42)청년회원은 “논 밭농사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는 만큼 상추 수경재배 등 특작을 마련하고 이를 체험관광과 연계해 관광객과 주민들이 모두 만족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마을청년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문화·예술인들이 머물면서 창작과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돔하우스 등 공간을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촌체험관광 뿐만 아니라 문화마을로도 변화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마을에는 산업화에 밀려 점점 잊혀져가는 우리 옛 농촌생활에서 사용하던 농기구 및 민속문화를 연구하는 모임이 있다.
1997년 10월 발족한 우리농촌 민속문화재현발굴보존회(회장:연승원, 이하 보존회)가 그 것이다.
농업인 의사 변호사 개인사업가 등 10여명으로 구성됐으며 그동안 수집한 농기구 등이 100여점에 이른다고 한다.
보존회는 올해 마을회관이 2층으로 준공되면 1층은 경로당 등으로 사용하고 2층에는 영상매체를 이용한 강연장과 잊혀져가는 우리의 민속자료를 전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통과 문화, 체험관광이 공존하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10여년전부터 마을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고물상과 건설자재 보관장 등이 농업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연승원(57)통장은 “속초지역 26개 자연부락 가운데 작은 축에 드는 마을에 이미 6개의 고물상이 입주해 있고 정비공장 건설자재 보관장 등이 들어와 청정농촌마을로 탈바꿈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시에서 이들 고물상 등을 특정지역에 집단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속초=권원근기자 stone1@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