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新 강원기행]<10>화천군 간동면 유촌리 느릅마을

화천 8경 용화산 자락에 아늑하니 자리잡고

느릅마을에서 운영중인 전통한옥 펜션에 마련된 전통문화체험관.

화천군은 ‘동국여지승람’에 적힌 이지직의 시 구절대로 ‘구름이 가까워서 옷이 젖을’ 만큼 높은 산이 많은 산악지대이다.

태백산맥의 머리끝인 금강산에서 서남쪽으로 뻗어내린 광주산맥이 화천군을 거치면서 백산 대성산 백암산 재안산 사명산 같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을 열개도 넘게 만들어 놓았고 시원하게 트인 들판이 들어설 틈을 남겨 두지 않았다.

겹겹이 맞닿은 산을 비집고 내금강의 장안사 앞 골짜기에서 흘러온 물이 북한강의 상류줄기를 이루며 화천군의 동북쪽 끝에서 서남쪽으로 흐르는데 강줄기를 따라 너른 들판이 있음 직한 두 곳은 저마다 화천댐과 춘천댐에 막혀서 물에 잠겨 있다.

화천댐으로 생긴 파로호 상류에 있는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 느릅마을은 울창한 산림으로 이뤄진 용화산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느릅마을은 1급수 수질에 시원한 물줄기가 일품인 제당계곡과 뛰개계곡이 있어 여름철 피서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57가구 410명의 주민들이 생활하는 유촌리는 농촌으로는 드물게 50대 이하 젊은층의 비중이 64%를 차지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농사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젊은 층이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2004년 농림부 새농어촌건설운동, 2005년 농협 팜스테이마을, 2007년 산림청 산촌마을종합개발사업, 2007년 농림부 녹색체험농촌마을, 농촌개발종합개발사업 등에 선정돼 주민 소득증대에 전 주민이 나서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펜션을 중심으로 메뚜기축제, 파로호 낚시, 용화산 등반, 산나물 채취 등을 열어 파로호 용화산 등 주변의 자연환경과 연계한 전국 최고의 체류형 농촌체험관광지, 그린투어리즘의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을로 진화하기 위해 차분히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과거

강원도의 여러 고을에서 나는 산물의 특징을 사설로 엮어서 부르는 ‘강원도 장타령’에 “화목 많은 화천장, 길이 막혀 못보고”라는 대목이 들어가게 했을 만큼 많이 나던 땔나무를 이제는 볼 수는 없지만 1930년대 후반까지 이곳에서 나는 통나무를 떼로 엮어 북한강을 따라 서울까지 실어갔다.

뗏목을 나를 뿐만이 아니라 서울의 소금배가 오르내리고 춘천이나 서울을 드나드는 데에 산길보다 더 많이 이용되는 교통로였던 이강의 물길은 1941년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에 화천댐이 생기면서 막혔다.

6·25전쟁때 중공군과 북한군 몇만명을 죽인 곳이어서 그때의 이승만대통령이 이름을 지은대로 파로호로 불리는 이 저수지는 제국주의 일본이 경인지방의 군수산업을 육성하는데 쓰이는 전기를 얻으려고 만들었는데 이곳의 사람들은 댐이 생겨서 잃게된 논밭과 마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양구 월명리에서 태어나 고향이 수몰되면서 3살때 유천리로 이주한 박동균(73)씨는 예전부터 화전을 일구어 콘 옥수수 율무 깨 같은 밭 곡식과 질경 천궁 같은 약초를 많이 심었고 산에서 숯을 굽거나 나무를 팔아서 살림을 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유촌리에서 12년간 노인회장을 역임한 이종영(86) 전노인회장과 자녀들은 도회지로 보내고 홀로 생활하는 오철환(75) 최창운(76) 홍종권(78)씨 등 마을 노인들은 빗물에만 기대어 짓는 논농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꼭대기에서면 50리도 더 떨어진 춘천시가 보이는 용화산에서 있었던 기우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주전자의 주둥이처럼 생겼기 때문에 주전자 부리라고 불리는 바위가 용화산에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늘 그래 왔던 대로 1980년에도 여기서 비가 오라고 해서 우산과 비옷을 미리 갖추고 기우제를 지냈다.

이들은 여는 곳에서 돼지 머리를 놓은 것과는 달리 개를 잡아서 그 피를 바위에 바르고 제사를 지내는데 천한 짐승의 더러운 피를 씻으려고 하늘에서 비를 내린다고 여겨 왔기 때문이다.

개의 피로 바위를 적신다는 뜻으로 ‘개적심’이라고 불리는 이 기우제는 하지가 지난 뒤에 지내야지 그보다 더 이르면 비가 너무 많이와서 홍수가 난다는 믿음을 갖고있다.

최옥화(73) 오영자(75) 김옥자(67)씨 등 부녀자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밭을 일구었는데 갓난 아이를 나무에 매어 놓고 농사일을 하기도 했었다고 어려운 시절을 회고했다.

〉〉 현재

파로호 용화산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유촌리 마을 주민들은 온 라인을 통한 관광객 유치와 친환경으로 생산되는 농산물의 판로확대로 지역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5년 ‘(사) 생명의 숲’의 지원을 받아 복원한 전통마을 숲과 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대표하는 느릅나무를 마을길을 따라 심어 마을 전체의 분위기를 안온하게 바꾸었다.

지난해에는 우물 원두막 야외화장실 등 마을 공동 펜션마당을 조성하고 몽골텐트 써바이벌 장비 등을 구입했으며 매년 마을을 찾는 관광객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주민들의 지혜를 모으고 있다.

녹색농촌 체험마을 조성을 위해 마을 전가구가 참여한 가운데 운영되고 있는 파로호 느릅마을 영농조합법인 오세건(44)대표는 친환경 농법에 의한 메뚜기쌀 작목반, 산채작목반 잡곡작목반 블루베리작목반의 운영과 도시민 방문객의 확대를 추진하면서 요즘은 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서울 쌍문동에서 단전호흡 도장을 운영하다 2004년 유촌리에 정착한 박기윤(42)씨는 유촌리 인근의 평화의댐과 베트남 파병용사 만남의 장, 미군주둔지 등을 연계한 생명평화를 위한 걷기명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농촌체험에서 한단계 발전한 체류형 생명평화 캠프를 정착시키고 있다.

서울 영등포에서 장사를 하다 박씨와 비슷한 시기에 우연한 기회에 유촌리를 찾은 양보석(38)씨는 도시생활에서 오는 긴장이나 피로감을 떨치고 농촌에 정착하니 몸과 마음이 다 편안하다며 자신의 손으로 우직하게 3년째 황토집을 짓고있다.

자신이 먼저 정착한후 부모님을 모시고 같은 집에서 사는 양씨는 서두르지는 않지만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살짝 드러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각종 체험프로그램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마을청년회인 이숙연(55) 느릅회장과 박순옥(54)부녀회장은 마을 어른들이 솔선수범하고 부녀회원과 청장년들이 마을의 미래 구상을 위해 지겨울 정도로 회의도 하고 연구를 하고 있다며 마을 자랑을 덧붙였다.

지난해 베트남 처녀를 부인으로 맞아 올해 득남을 한 이상선(45)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혼자서 마을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고 마을의 막내인 오흥재(23)씨도 마을의 온갖 궂은 일을 성심성의껏 하면서 마을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 미래

유촌리 주민들은 2004년 새농어촌 건설운동을 시작으로 각종 정부 지원사업을 따오면서 마을 주민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있다.

또 육군 3983부대 3대대, 춘천농공고 삼성에버랜드 농협중앙회 신용기획관리본부 등 각종 기관단체들과 자매결연을 해 농산물 판매와 농사기술과 조경 등의 자문을 통해 마을 전체를 아담한 전원형으로 가꾸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확정발표된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에 유촌리를 포함한 용호리 도성리 등 파로호 권역이 선정되면서 2011년까지 53억원이 투자되어 생활환경 정비및 종합유통관리센터가 들어서게 되는 등 큰 변화를 전기를 맞고 있다.

간동중 3학년 김남훈(16)군은 마을 어른들이 하고 있는 농촌관광체험 프로그램과 애호박 농사가 잘되고 생태체험과 평화체험 관광이 효과적으로 추진돼 도시민들이 많이 찾는 마을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1학년 박영신(14)양은 농촌체험을 통해 또래의 외지 친구들이 마을을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촌리 오흥선(44) 1리이장과 이종석(41) 2리 이장은 마을 전가구가 참여하는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생산활동에 나서고 마을을 알리고 홍보하는 각종 이벤트를 연중 개최해 농업체험과 농산물의 유통문제가 해결되는 도시민들이 찾아오는 체류형 농촌체험관광마을로 만들어 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화천=박영창기자 chang@kwnews.co.kr

사진=김효석기자 hskim@kwnews.co.kr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