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지역경제 살리는 6차산업]농가는 제값 받고 소비자는 싸게 먹는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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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홍천 사랑말 한우 영농조합법인

◇맨 위 왼쪽부터 홍천 사랑말 한우 영농조합법인이 홍천 북방면 상화계리에서 운영 중인 한우 직매장. 시중 소비자가격보다 22%가량 저렴해 연중 방문객이 몰린다. 사회공헌사업 '다음 세대 축복 프로젝트'. 지역의 산모들에게 양지 1근과 미역을 선물하고 있다. 사랑말 한우 법인의 육가공 공장. 비선호 부위를 가공해 판매하는 정육점에서 손님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나종구 대표

홍천 사랑말 한우 영농조합법인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8월 대전에서 개최한 '제3회 6차 산업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도 대표로 출전했다. 프레젠테이션 경험도 없었던 나종구 대표는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무대를 내려왔고 덜컥 금상까지 수상했다. 나 대표는 “1990년대 농축산물 시장 개방 후 죽지 못해 절박하게 이어나간 사업들이 지나고 보니 6차 산업이었다”고 말했다.

사료공장·가공공장·직매장 갖춰

등급 높이고 자투리 부위도 활용

시중보다 22% 저렴 전국 최다판매

지난해 매출 124억 중소기업 수준

“체험장 있는 한우타운 설립 목표”

■홍천 사람들의 입맛을 바꾼 한우식당=휴가철이었던 지난 11일 홍천군 북방면 상화계리의 홍천 사랑말 한우식당. 입구 맞은 편에는 한우를 생산한 농민들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저녁식사를 하기엔 이른 오후 5시였지만 330㎡(100평) 규모의 식당은 반 이상 차 있었고 차량도 계속 들어왔다. 1인분에 8,000원인 한우 불고기, 육회의 주문이 많았다. 손님들은 바로 옆에 위치한 정육점에도 들러 100g당 6,000원대인 1등급 한우등심이나 불고기, 국거리를 샀다.

전승월(50·홍천읍 갈마곡리)씨는 “예전에는 한우를 1년에 두 번 먹을까 싶었는데 이 식당이 생긴 후로는 한 달에 두 번씩 먹는다”고 말했다. 전국 평균 소비자 가격과 비교해 22%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한우 직매장의 지난해 방문객 수는 16만명.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한우를 팔았으며 의정부에 지점도 냈다.

■소를 안정적으로 팔기 위해 문을 연 직매장=사랑말은 홍천 북방면의 5개 마을을 아우른 이름이다. 작목반 형태로 친목을 유지되던 40여개 농가는 사료값 급등, 외국산 수입 확대에 “예전처럼 소를 키워서는 안 되겠다”며 의기투합해 2008년 법인을 만들었다. 1인당 300만원씩 출자해 벌인 첫 사업은 TMR(섬유질배합) 사료공장 설립이다. 농가마다 다르던 사료를 표준화시켜 한우 등급을 상향 평준화시키고 생산비 부담도 줄였다. 설립 2년 만에 위기는 왔다. 소값이 하락하자 유통업자는 소를 사가지 않았고 공장은 운영난을 겪었다. 나종구 대표는 경북 예천의 한우 직매장의 성공에 주목했다. 2012년 2월, 조합원 부부 동반으로 버스를 빌려 직접 식당을 찾아 벤치마킹했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만장일치로 한우직매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준비해 봄이 되자 가게를 열었다. 한 달에 소를 60~70마리 팔 정도로 대박을 쳤지만, 고민은 또 시작됐다.

■소를 제값에 팔기 위해 시작한 육가공업=비선호 부위 처리가 문제였다. 저장고도 없이 재고가 급격히 쌓여가는 것을 알고 헐값에 팔길 요구하는 '하이에나' 같은 유통업자들이 몰려들었다. 나 대표는 “매출액은 크지만 순수익은 많지 않아 '앞으로 벌어 뒤로 까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대안으로 육가공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고 처음으로 지자체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렇게 비선호 특수부위인 국거리, 불고기 거리를 생산해 정육점에서 팔기 시작했다. 홍천 사랑말 한우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124억원으로, 중소기업 수준이다. 수익은 배당하지 않고 미래 사업을 위해 재투자하며 사회적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체험공간이 있는 한우타운을 설립하는 게 다음 목표다. 전체 직원은 60여명 정도. 20~30대 젊은 직원이 전체 3분의 1이다.

나종구 대표는 “농가는 제값에 소를 팔고, 소비자는 적정 가격에 한우를 구매해 지속적인 생산-소비체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더 궁극적으로는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축산업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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