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지역경제 살리는 6차산업]역사·문화 가치까지 가미해 담근 전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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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삼척 또바기

◇신동병설유치원생들이 지난달 삼척 또바기를 방문, 전통 장 체험을 했다. 윗줄 왼쪽 사진은 청국장으로 만든 크림소스 파스타. 박수정 또바기콩사랑 대표(오른쪽)와 가족들.또바기콩사랑 제품들.

공장에서 대량으로 제조된 장을 소비하는 식생활이 굳어지면서 가정에서 장 담그는 것은 진풍경이 됐다. 한식재단은 우리의 전통 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전통 장 만들기는 농가 경제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다.

도내에는 '전통 장'으로 6차 산업화를 하고 있는 (주)또바기가 이를 맡고 있다.

가마솥 콩 쒀 새끼줄 매달아 자연 건조

대중화 위해 파스타 등 퓨전 요리 선봬

귀농 부부 15년 노하우 농업인장 획득

아들까지 가업 힘더해 1억 매출 올려

조리법 전수·체험교육 방문객 1천명

"콩 우수성·장문화 저변 넓혀 나갈것"

■전통 장에 담긴 고집과 변신=지난 3일 저녁, 삼척시 미로면의 (주)또바기에 도착하니 주병규 대표가 다음 날 메주 만들 때 쓸 장작을 패느라 여념이 없었다.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을 만드는 또바기는 장작불을 지펴 가마솥에 콩을 넣고, 나무틀에 천을 깔아 짓이긴 콩을 담고, 새끼줄에 달아 바람이 잘 부는 곳에 말리는 옛 제조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박수정 대표의 안내로 2,314㎡ 규모의 뒷마당에 있는 200개의 장독대를 둘러 보니 주변에 잡초하나 없이 줄을 맞춰 깨끗하게 놓여 있었다. 박 대표는'청국장 파스타'를 내놓았다. 그는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무염을 원칙으로 만든 청국장”이라며“서양에 치즈가 있다면, 우리는 청국장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크림소스의 느끼함 없이 끝까지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퓨전 요리에서 전통 장에 대한 또바기의 고집스러운 원칙과 시대 트렌드에 발맞춘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콩이 좋아 귀농한 부부, 아들이 이어간다=주병규·박수정 대표는 2003년 서울에서 삼척으로 귀농했다. 콩 재배에 관심이 있어 석회암 지대로 최적 재배 조건을 갖춘 미로면에 터를 잡았다. 초창기부터 장류를 함께 만들었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10년 후 농사는 접었다. 지역 농가에서 연간 6톤가량을 수매해 원료를 대고 있다. 흔히 메주에 낀 곰팡이를 '진가'로 여기지만 박수정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빈 공간 사이로 곰팡이가 안 생기게 매일 눌러주고 장독대를 관리한다”고 했다. 또바기 된장국은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또바기는 15년간의 노하우로 메주 띄울 때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찾아냈고, 이런 생산 기술력을 인정받아 정부의 신지식인농업인장도 받았다. 또바기를 찾는 수도권 고객이 늘어 장류 판매 연 매출액은 1억원 정도다. 부부의 열정은 아들의 진로도 바꿨다. 20대 중반의 차남인 주민호씨가 승계농 교육을 받았다.

■콩, 장의 문화를 공유=또바기는 매주 2~3회 장 만들기 체험교육을 한다. 올해 초에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살림에서 전통 장 만들기 전수교육을 받아갔다. 농업기술센터, 후계농업경영인, 여성 결혼이민자 가정 멘토링뿐만 아니라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체험활동을 돕고 있다. 청국장 파스타, 청국장 요구르트 등 친근한 요리도 이들을 위해 개발한 것이다. 박 대표는 조리법까지 전수하고 있다. 연간 방문객이 1,000명 정도다.

박수정 대표는 “아이들이 어릴 때 콩과 장문화의 영양 우수성을 알고 친숙해져 장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 주민호 팀장은 늘 한결같다는 '또바기' 말뜻처럼 전통 제조법을 잘 이어가며 국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자리 잡은 부모님이 자랑스럽다”며 “장류 소스나 식품 유통업을 더 발달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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