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째 가업 이어와 전통방식 고수
매일 새벽2시부터 그날 엿 만들어
직접 기른 옥수수·지역 쌀만 사용
한약재 활용 우수성 해외진출 목표
원주 치악산 자락 황골마을에는 새벽 2시부터 김이 모락모락 난다. 6대째 100년 넘도록 조청과 엿을 만들고 있는 장바우 치악산 황골엿의 김찬열(60)·김명자(60)씨 부부는 매일 이 시간 애기죽을 거름망에 걸러 가마솥에 넣고 끓여 엿물을 만든다. 엿물은 졸일 때 조금만 방심해도 타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렇게 2~3시간 졸이면 조청, 4~5시간 졸이면 갱엿이 된다. 오전 6시가 되면 아들 김기석(36)씨도 나온다. 가업을 승계받기 위해 3년 전부터 일을 배우고 있다. 오전 8~9시쯤 엿 만들기를 마치면 손수 포장작업을 한다. 포장을 마친 엿들은 온라인으로 구매신청을 받아 택배로 배송된다. 잠시 쉴 틈도 없이 바로 다음 날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옥수수, 쌀을 불려서 갈아 엿의 원료를 정성껏 준비한다.
황골엿은 가마솥 불을 가스로 바꾼 것 외엔 전통 제조법을 고수하고 있다. 옛 제조법을 따르는 이유는 맛 때문이다. 은근히 달면서 정갈한 뒷맛에 어르신들도 꾸준히 황골엿을 찾는데 엿질금을 넣고 삭히는 과정을 기계에 맡길 수 없다는 고집 때문이다. 이렇게 수작업으로 만든 조청은 1㎏에 1만원대다. 전통 제조법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오지만 많은 사람에게 부담없는 가격에 엿을 파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연매출은 2억원 정도. 지역 농산물을 연 60톤 쓰고 있다. 직접 재배한 옥수수와 계약 재배한 지역쌀 토토미를 원재료로 한다. 두메산골인 황골은 벼 재배할 수 없어 예부터 엿을 만들어 시장에 팔고 쌀을 사왔다.
김명자씨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70호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받았다. 장바우 치악산 황골엿이 유명해지면서 황골에는 최근 5년간 엿 제조업체가 10여곳 생겼다.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살려 나간 곳도 있고, 외지에서 와서 새롭게 출발하는 곳도 있다. 마을 단위의 생산단지가 생겨난 셈이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가업을 잇기 위해 3년 전 돌아온 김기석씨는 요즘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김씨는 “한의원에서 약재료 조청을 사가기도 하는데, 엿은 배를 따뜻하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해줘 선조들이 과거시험을 보기 전날 먹었던 것”이라며 “엿의 우수성을 해외에도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