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받아 마을사업장 조성
판매장·공장·마을회관 등 밀집
뻥과자 등 가공 건강간식 인기
폐교 리모델링 체험장도 마련
탈곡 등 이색체험 선호도 높아
11월 셋째주 도리깨축제 개막
인제 하추리 마을회관 입구에는지게를 지고 밀짚 모자를 쓴 농부가 총을 든 소련군에게 술병을 건네는 조형물이 있다. 하추리는 6·25전쟁 당시 매봉·한석산 전투가 벌어진, 유해 발굴이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격전지였다. 38선 쟁탈전이 삼엄했던 시절에도 화전민인 주민들은 경계를 오가며 농사를 지었다.
새농어촌건설운동으로 마을마다 '이름 만들기'가 한창이던 2000년대, 하추리는 잡곡농사 연장 이름을 따 '도리깨 마을'이 됐다. 농사를 숙명으로 여기는 하추리 사람들의 정체성은 그렇게 두 번 보였다. 나아가 6차 산업 마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가공·판매·체험 한번에 가능한 마을 사업장=하추리 사람들은 예부터 '흉년 들면 하추리 와서 화전이나 일궈 먹지'라는 말을 들어왔다. 들깨, 조, 수수 등 잡곡류를 생산해 온 하추리는 안정적인 생산이 이뤄진 마을이었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가 어려웠다. 2006년 새농어촌건설운동으로 5억원이 지원된다고 해도 어르신들은 “굳이 해야 하느냐”며 만류했다. 40~50대들은 달랐다. “한번 해봅시다” 나섰고, 2008년 받은 보조금을 농가별로 나누지 않고 폐교 옆 5,289㎡의 부지를 샀다. 이곳은 현재 판매장을 겸한 마을회관, 정보화센터, 도정공장, 체험장, 공연장이 밀집돼 있다. 마을 공동사업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고급 선물제품, 뻥과자로 안정적 판로=지난 3일 하추리 마을회관 뒤편의 도정공장은 오전부터 분주했다. 잡곡 수확이 한창인 요즘이 가장 바쁜 이 공장은 2011년 잡곡프로젝트란 정부 사업에 선정되며 세워졌다. 마을 내에서 도정작업을 하고 삼척, 영월 등에서도 물량을 받고 있다. 도정을 마친 잡곡은 1㎏에 1만원대, 2~3만원대 선물세트로 가공된다. 특히 인기 있는 건 뻥과자다. 100% 국산 옥수수를 도정한 후 뻥과자로 만들어 껍질 없이 먹을 수 있어 7,000~1만원에 팔리는 '고급 영양 간식'이다.또 가공식품 원료를 조합원들의 농산물로 시중 가격보다 10% 높게 쳐 확보하고 있다. 마을 농산물만으로는 모자라 인근 지역에서도 구매하고 있다.
■농촌 체험장 인기=도리깨 마을에는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숙박동, 공연장과 디딜방아 등 선대 때부터 내려온 농사기기를 모은 체험장이 있다. 바비큐파티와 캠프파이어도 가능해 수도권 학교의 체험학습장으로 선호도가 높다. 연간 방문객은 1만8,000여명. 지난해 정부가 전국 28개 마을을 선정한 농촌체험휴양마을 으뜸촌에도 포함됐다. 하추리 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도리깨 축제는 매년 11월 셋째 주에 열린다. 올해는 오는 18일 개막된다.
김재노 이장은 “원주민과 이주민이 절반씩 차지하는데, 매월 반상회를 열어 마을 사업을 공유하고 있다”며 “가을걷이 문화를 2차, 3차 산업으로 잘 계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