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은 곧 신용의 크기다. 이즈미 마사토 일본금융학습협회 이사장은 그의 저서 '돈이란 무엇인가'에서 “돈은 신용을 눈에 보이는 무엇으로 만든 것”이라며 “수입은 '얼마의 가치를 가져와 주었는가'라는 결과”라고 정의했다. 한 사람이 만들어낸 가치와 신용, 신용이 있는 사람들 간의 거래가 지역 경제를 만들고 활발하게 살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화두이지만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누구도 명쾌하게 말하지 못하는 요즘, 되돌아봐야 할 것은 역사와 기초다. '전통시장'과 '사회적경제'는 강원도 경제의 역사이자 풀뿌리다. 또 지금도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정선아리랑시장' 등 전통시장
지역 대표 관광지로 주목
청년들도 창업에 가세
대표적 슬럼가 춘천 육림고개
주말이면 핫플레이스로
제조업 등 국가산업서 소외
역설적으로 '사회적경제' 발달
道 대표적 브랜드 '강원곳간'
올해 매출액 13억원 전망
강원상품권은 지역 소비 촉진
■지역의 역사, 문화, 산업을 모은 전통시장
대형마트에 밀려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던 전통시장은 요즘 지역 대표 관광지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관광공사가 SK텔레콤과 티맵(내비게이션앱)의 2014~2016년 관광 관련 검색 94만여건(목적지 설정기준)을 분석해 발표한 '광역지자체별 국민 선호 여름철 관광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강원지역 여름철 관광 선호지' 1위가 속초관광수산시장이었다. 정선시장 7위, 주문진수산시장이 11위에 올랐다. 전국 시·도별로 20개씩 뽑은 선호지 리스트 내에 전통시장이 3곳 이상 포함된 곳은 도가 유일했다. 강원도 전통시장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당시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였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2018 대표 전통시장에 4곳(원주중앙·정선아리랑·속초관광수산·춘천중앙)이 뽑혀 '전국 최다 선정' 기록을 남겼다. 이는 앉아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대자본의 공략으로부터 지역경제의 상징적인 공간을 지켜내고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상인들과 지자체, 정부가 함께 똘똘 뭉쳐 나선 결과다.
2000년대부터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지역의 토속 먹거리, 볼거리(문화공연), 즐길 거리(체험행사)가 있는 공간을 가꿔 왔다. 사업 성과를 토대로 올 4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 공모사업 6개 분야에서 14개 시·군의 27개 시장이 선정돼 국비 178억원을 확보했다. 화장실, 고객쉼터, 주차장 등 시설 현대화사업도 꾸준히 추진했다. 전통시장 화재공제 가입 지원도 꾸준히 늘려 가입률이 20.4%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들도 전통시장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슬럼가였던 춘천 육림고개는 청년몰이 조성돼 낡은 건물을 활용한 식당, 공방이 문을 열면서 주말이면 서울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원주중앙시장의 청년몰은 폐점률이 제로에 가깝다. 올해 중기부의 청년몰 조성사업에 삼척중앙시장, 정선사북시장도 선정됐다. 전통시장은 '야간관광'의 핵심 콘텐츠도 되고 있다. 동해동쪽바다, 춘천번개·풍물, 삼척중앙, 인제전통시장이 야시장 조성사업에 선정됐다.
상인들의 혁신역량도 향상되고 있다. 홍천중앙시장이 중기부가 지난 12일 전북 군산에서 개최한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 콘퍼런스에서 도내 전통시장 중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다. 상인회는 이달 프레젠테이션에서 전통시장의 고질적인 갈등을 털고 관광형 시장 조성을 목표로 상인대학을 유치해 의식 개선작업에 나선 사례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상인들이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어 하루 최고 424명이 방문하는 온라인 구매 채널을 구축한 활동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도 관계자는 “왁자지껄 전통시장 마케팅으로 상인들의 마케팅 역량을 높이고 있다”며 “도 전통시장지원센터를 지난해 설립한 것을 계기로 혁신체계를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경제 살리는 강원곳간, 강원상품권
강원도 내 사회적경제 기업 수는 1,049개로 서울, 경기, 전북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규모다. 강원도는 제조업 등 국가 산업육성책에서 오랫동안 소외됐고 역설적으로 이는 사회적경제가 발달하는 계기가 됐다. 강원도의 사회적경제는 곧 한국 사회적경제의 역사다. 특히 원주는 역사적으로 국내 협동조합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이다. 1960년대 말 신용협동조합이 결성된 것을 계기로 한살림의 전신인 '원주소비자협동조합'이 1985년 만들어졌다. 사회적경제는 양극화 문제, 일자리 창출이 화두가 되면서 2007년부터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돼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됐다. 강원도는 2008년 사회적기업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3년 전담 조직을 신설하면서 지원을 체계화하고 있다.
도의 대표적인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사업은 '강원곳간'이다. 기업들의 판로 개척,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공동 브랜드로 '강원곳간'을 개발해 사용 중이다. 강원곳간은 상설 매장으로 오프라인 16곳, 온라인 매장(www.강원곳간.com)이 있고 비상설 매장으로 직거래 장터, 위메프 특판전이 연중 수시로 열리고 있다. 특별전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강원상품관 내에 사회적경제 상품관을 운영해 1억1,500만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강원곳간의 매출액은 2014년 2억원에 못 미쳤지만 매년 상승해 올해 13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또 사회적경제기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강원곳간 협동조합'도 설립돼 민간주도형으로 바뀌었다.
서민경제의 기반인 전통시장, 사회적경제기업을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도입된 또 다른 대안은 강원상품권이다. 지역 외 소비를 줄이고 지역 내에서 소비가 활성화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유통되고 있다.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에 공감하며 각종 단체의 기부금, 상금으로 강원상품권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달 기준으로 판매액은 570억원이다. 강원상품권을 취급하는 점포도 1년 새 4,934곳이 늘어나 2만1,339곳에 달한다. 도는 강원상품권 유통 활성화를 위해 개인 구매 시 5%를 상시 할인하고 법인카드 구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모바일상품권 결제시스템을 도입해 지류상품권 위주의 유통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올 하반기 스마트폰 앱을 통한 QR코드 스캔 결제 방식을 도입해 강원상품권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며 “지역의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주민 문화로 자리매김하도록 캠페인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