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7월 '이달의 재외동포' '사할린 동포 귀환운동 선구자' 박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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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학 명부'로 사할린 동포 알려
일본서 사할린 동포 귀환 운동
편지 중개, 가족 상봉 주선 등 인도적 교류에 앞장

재외동포청(청장:이상덕)이 선정하는 7월 '이달의 재외동포'에 사할린 동포의 귀환 운동을 주도하고 이산가족 상봉 실현에 헌신한 박노학(1914~1988) 전 사할린억류귀환한국인회 회장이 선정됐다.

1914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인 1943년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된 박 전 회장은 1945년 해방 후에도 무국적 상태로 사할린에서 억류된 상태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일본인과 결혼해 1958년 일본으로 귀환해 사할린 동포들의 존재를 알리고 이들의 고국 귀환 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박 전 회장은 일본 정착 후 자신의 단칸방을 사무실 삼아 귀환 운동단체인 '화태(사할린) 억류귀환한국인회'를 창설했다. 막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탄원서와 진정서를 작성해 한국과 일본의 관계기관에 제출하는 등 사할린 동포의 귀환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오랜 세월을 살아야 했던 동포들을 위해 그들이 사할린에서 써서 보낸 편지를 한국 가족에게 전달하는 '우편배달부' 역할을 자처했다.

당시 한국과 구소련은 국교가 수립되지 않아 우편을 통한 서신 왕래가 불가능했다. 이에 박 전 회장은 일본에서 사할린 동포들의 편지를 받아 이를 다시 한국에 사는 장남 박창규 씨에게 보내 가족들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생사 확인, 가족의 근황, 귀환 희망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이들 편지 한 통 한 통이 기적 같은 소식이었다.

30여년 동안 박 전 회장 부자(父子)가 전달한 편지는 3만여 통에 달한다.

박 전 회장은 또한 1960년대 중반부터 사할린 동포들의 국적·지역·귀국 희망 형태 등을 기록한 이른바 '박노학 명부'를 만들었다. 약 7,000명이 수록된 이 명부는 사할린 동포의 귀환 의지를 공식적으로 집계한 최초의 기록물로, 한국과 일본, 구소련 3국의 사할린 동포 관련 외교 협상에서 중요한 증거 자료로 활용됐다.

이 명부는 사할린 동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역사적 사료이자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대상자 등을 우선으로 선별하고 입증하는 기준이 됐다.

우리 정부는 그의 공적을 기려 1988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은 "박노학 전 회장은 일제 강점기 강제로 끌려갔다가 돌아오진 못한 사할린 동포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식민 피해,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고통받은 이들을 위로한 진정한 선구자였다"며 "일평생을 바쳐 사할린 동포사에 한 획을 그은 그의 삶을 기리기 위해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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