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신춘문예 - 동시 당선소감]스스로 만든 병실에서 퇴원할 기회 줘 감사

나는 한동안 진심 없이 불손한 의도만 잔뜩 담긴 글을 만들었다.

새벽에 혼자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만으로 온 집안을 어지럽게 만들던 글이었다.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 지 5년째 되던 해. 내가 좋아하던 작업실은 어느새 빛이 잘 드는 병실로 바뀌어 있었다. 정직한 글쓰기를 위한 '재활훈련'의 일환으로 몇 달 전부터 동시와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조금 만만하게 보아왔던 동시가 그동안 '시적인 것'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좋은 스승을 얻은 셈이다.

어느새 노트 한 권을 가득 메운 동시들은 그간 엉성했던 나의 시 의식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다. 스스로 만든 병실에서 퇴원할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린다. 당선 통보를 받은 날 저녁, 사랑하는 이름들을 여럿 불러내던 선배들의 수상 소감을 훔쳐봤다. 그 어투에서 계속 전진할 수 있을 것 같은 당당함과 진심이 흠뻑 묻어나왔다. 나는 어리석게도 사과해야 할 이름들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두고두고 갚아가겠다. 결국 스스로 모든 관계를 망쳐버린 셈이지만, 허락된다면 내 미래의 독자들만큼은 깨끗한 글로써 마주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조진우(29)

△ 충북 충주 生

△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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