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시관계자·수초섬업체 녹취 입수…3일부터 고정작업
“춘천시 공무원이 사고 당일에도 오전 8시께 작업 지시”
경찰 유족 제출 휴대폰·CCTV 토대 사고경위 조사
속보=의암호 선박 전복으로 인한 실종사고(본보 지난 7일자 1·2·3·10면 보도)와 관련, 인공수초업체가 사고 당일인 6일 오전 8시께 춘천시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았으며, 이날 실종된 이모(32) 주무관(춘천시 공무원)은 상황이 급박하게 된 업체측의 지원 요청을 받고 현장에 나가게 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같은 내용이 사실일 경우 춘천시와 유족 및 실종자 가족간 책임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강원일보가 9일 이번 전복사고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와 인공수초업체 대표 및 이사간 지난 7일 경강역 인근에서의 대화 녹취를 입수, 분석한 결과 업체측은 3~5일까지 춘천시로부터 폭우로 인한 인공수초섬 관리 지시를 받아 작업을 해 왔으며, 선박 3채가 전복된 6일에도 춘천시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고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초섬 고정 작업을 하던 업체 직원들이 급류에 휩쓸리는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업체측 임원이 이 주무관에게 직접 세차례 전화를 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주무관은 세번째 전화에서까지 지원이 어렵다고 말했다가 업체측이 또다시 긴급하게 요청하자자 “그럼 제가 나가보겠다”고 말하고 현장에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녹취 내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해당 업체 대표와 이사는 3일부터 5일까지 당시 춘천에서 인공초와 관련한 작업을 하던 직원들이 보고해 온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업체에서는 6일에는 위험하니 작업을 하지 말라고 했으나, 사고 후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날 오전 8시께 춘천시 공무원으로부터 숨진 직원 김모씨에게 전화가 걸려와 작업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더라”고 춘천시 관계자에게 전했다.
이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는 “그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라고 묻자 업체 임원들은 “김씨 전화기에 ‘춘천시 공무원’으로만 돼 있지, 이름이 적혀있지 않아 모른다”고 대답했다. 숨진 김씨의 휴대폰은 그가 의암호 작업에 들어가기 전 승용차에 두고 가 가족에게 인계됐다가 현재는 경찰에서 입수, 분석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춘천시 공무원인 이모 주무관에게 연락한 것과 관련, 업체의 이사는 “6일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을 하던 3명 중 2명이 섬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수초섬이 떠내려가면서 직원들도 위험하다는 연락을 받고 오전 10시37분과 10시46분, 10시51분 세차례에 걸쳐 (이 주무관에게)전화를 했다”면서 “마지막 전화에서 이 주무관은 (지원이)어렵다고 답변, 상황이 심각하다고 다시 지원을 요청하니 ‘그럼 내가 나가 보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업체측이 이날 대화에서 주장한 내용을 정리하면, 작업지시는 춘천시로부터 받았으며 이 주무관에게는 업체측이 지원요청을 해 현장에 나온 것으로 돼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같은 내용을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진술했으며 현장에 있던 직원 2명도 경찰 소환을 받고 사실 관계에 대해 말했다”고 춘천시 관계자에게 설명했다.
한편 사고 유족 및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전날인 지난 5일 낮 12시3분 춘천시 관계자가 수초섬 업체 관계자에게 “오후 3시부터 소양댐 방류하오니 인공수초섬 안전하게 관리해주세요”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과 이 주무관이 현장에 나가면서 “미치겠네. 미치겠어”,“나 또 집에 가겠네. 혼자만 징계 먹고”라고 말한 승용차 블랙박스 내용 등을 공개하면서 춘천시와 책임 공방을 이어갔다.
그러나 춘천시는 지난 7일 브리핑을 통해 “담당계장은 (인공수초섬이) 떠나가게 내버려둬라, 사람 다친다, 출동하지 마라, 기간제 절대 동원하지 말라고 강하게 지시했다”면서 춘천시가 사고 당일 작업을 지시했다는 유족 및 실종자 가족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오전 11시30분께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류 500m 지점에서 인공수초섬을 폭우로부터 고정시키기 위해 출동했던 시청 행정선과 수초섬 관련 민간업체 보트, 경찰정 3척이 전복되면서 발생했다. 당시 탑승했던 8명 중 2명이 구조되고, 1명은 사망, 5명은 실종됐으나 지난 8일 오후 2시께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의 북한강변에서 실종됐던 경찰 이모 경위와 민간업체 직원 김모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2명 구조, 3명 사망, 3명 실종 상태다.
사고수습대책본부는 사고 나흘째인 9일 오전 6시부터 헬기 10대와 보트 72대, 소방경찰장병 공무원 등 2,500여명을 동원해 실종자 구조 및 수색에 나섰지만 추가 발견은 하지 못했다. 10일 오전 6시부터 다시 수색이 이어진다.
이무헌·하위윤·권순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