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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삼척 대형 산불-르포]갑자기 닥친 도깨비불에 맨몸 탈출…순식간에 전 재산 잿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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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피해 큰 관음리·홍제동

◇지난 6일 오후 3시27분께 강릉시 성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해 민가가 불에 타자 주민이 울부짖고 있다.강릉=권태명기자

7일 오후 2시께 강릉시 성산면 관음리.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하늘에서 하얀 잿가루가 쏟아져 내렸다.

마을 입구의 한 전원주택은 불에 타 대들보만 남기고 모조리 가루가 됐다. 화마는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대들보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주택 내부의 철골구조물은 엿가락처럼 휘었다.

주택 입구에는 주인 없이 방치된 옷가지와 부탄가스 김밥 등 긴급구호물자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머리 위로 산림청 헬기와 군용 헬기가 대형 물바구니를 달고 대관령 방면으로 향했다. 헬기가 지나자 군용트럭이 도착하고 23사단 병력 1개 소대가 내렸다. 등에 붉은 물통을 멘 군인들은 대열을 맞춰 빠르게 마을 능선을 올랐다. 까맣게 그을린 야산에는 아직도 강한 열기와 연기가 남아 있었다.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산불로 직격타를 입은 관음리는 주택 17채가 불에 타 사라졌다. 관음리 주민 김용구(59)씨는 “돌아올 집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고 말했다.

강릉시 홍제동에서도 14동의 주택이 전소됐다.

홍제동은 올림픽 선수촌과 1,700여 세대가 거주하는 대형 아파트 단지와 불과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도심이다.

처음 발화지점과 직선거리로 7㎞나 떨어진 곳이다. 초속 20m의 강풍을 탄 도깨비불이 산을 넘어 도심까지 도착한 것이다.

이번 산불로 부모님의 집이 불에 탄 주민 전철우(59)씨는 “6일 대낮에 하늘이 어두워지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연기가 자욱해 몸만 간신히 빠져나왔다”며 “CCTV를 보니 뒷산에서 넘어온 불이 집을 삼켰다”고 말했다.

최기영·임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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