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산초교로 피신한 100여명
“다치지 않아 다행” 서로 안부
은박지 깔고 밤 새우며 한숨만
일부 대학생 맨발 차림 피신
강릉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난 6일 오후 7시10분께 강릉시 성산면 전체에 대피명령이 발령됐다.
성산면에 대피명령이 내려지자 주민들은 별다른 짐도 챙기지 못하고 집과 4㎞가량 떨어진 성산초교로 향했다.
대피명령이 내려진지 2시간 후인 밤 9시10분께 성산초교는 마을 주민 100여명이 4구역으로 나뉜 장소에 은박지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웃끼리 서로서로 안부를 물으며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위안했지만 간간이 한숨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우유와 김밥,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한 후 하염없이 산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렸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유동희(79)씨는 “가족들에게는 전화로 안부를 전하고 걸어서 대피했다”며 “집이 모조리 타버려 상심이 크다”고 했다.
영동대 학생들이 주로 대피한 강릉초교 체육관에도 60여명이 모여 산불 상황을 살폈다. 워낙 급한 상황이다 보니 일부 학생은 맨발 차림이기도 했다.
김모(20·영동대 1학년)씨는 “휴대전화와 지갑만 들고 기숙사를 나와 셔틀버스에 올랐다”며 “다친 학생들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강릉=임재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