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첨단 ICT 올림픽 무대 평창
자율주행차·세계 최초 5G 구현
AI 콜센터·가상현실 활용한 관광
강원도 가장 큰 '경제 유산' 전망
수소·전기차 산업 육성 도전장
강원TP 올림픽 기간 수소차 운행
관중·미디어 관계자 수송에 투입
횡성엔 e-모빌리티 클러스터 추진
빅데이터 활용 新서비스·혁신
네이버·더존비즈온·삼성 SDS
춘천에 데이터센터 운영·조성 중
중소·중견기업 '성장 사다리' 역할
강원도의 경제 역사는 '산업의 불모지'를 옥토로 바꾼 끊임없는 개척사였다.
개발을 원천 봉쇄시킨 각종 규제, 열악한 교통 인프라, 전국 대비 3% 수준의 인구 등 산업을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되는 약점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지자체 차원에서'삼각 테크노밸리'전략을 세워 바이오, 의료기기, 신소재 산업을 키웠고, 2001년 3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수출액도 2013년 21억 달러에 진입할 정도로 지역 스스로 혁신을 통한 내생적 발전을 이뤄냈다.
거센 바람은 다시 찾아왔다. 강원도 제조업의 가장 건실한 축이었던 자동차 부품산업의 수출량이 반 토막 났다. 산·학·관 협력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국내 대표적인 사례인 원주의료기기 산업은 타 지자체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지만, 기반이 되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이 도내에 취약해 4차 산업혁명에서 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이다. 그리고 혁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뤄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경제 주체들이 있어서다. 이 모든 것이 모여 강원도의 4차 산업혁명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평창, 한국 4차 산업혁명 시발지 된다=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 산업의 종사자는 도내 5,248명으로 전국(93만8,381명) 대비 1%도 안 된다. 이렇게 취약하지만, 역설적으로 강원도가 한국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을 세계에 알리는 시발지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서 '특별한 선물이 있다'고 표현하며 “첨단 로봇이 성화를 봉송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라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으로 운행하는 버스, 승용차 등 다양한 자율주행차도 타볼 수 있다. 평창으로 오면 최첨단 ICT 올림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발표한 'K-ICT 평창올림픽 실현전략'에서 세계 최초 5G 올림픽 구현, 사물인터넷(IoT)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인공지능을 활용한 콜센터와 통번역 서비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관광 등을 밝혔다. 이는 평창올림픽이 강원도에 남기는 가장 큰 '경제 레거시(유산)'가 될 전망이다.
■수소·전기차 산업 육성 시작=4차 산업혁명 시대 '에너지 혁명'의 대표적인 분야인 '수소·전기차'도 도내 육성이 시작됐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강원테크노파크에 따르면 2018평창올림픽 기간 강릉에서 수소차가 운행된다. 강릉 대전동 강원테크노파크 부지 내에 버스 전용 수소 충전소가 설치돼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이를 이용해 현대기아차에서 제공하는 버스, SUV로 관중과 미디어 관계자를 수송할 예정이다. 강원테크노파크는 수소 충전소 등 기반시설을 활용해 추후 이어갈 사업들을 구상 중이다.
영서지역에서는 전기차 산업이 싹을 틔웠다. 지난 7월7일 횡성 우천산업단지에서는 e-모빌리티 클러스터 투자협약식이 열렸다. 유럽,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초소형 전기차, 전동휠체어, 전기오토바이·자전거 등을 생산하는 기반을 세우기 시작했다.
■21세기 원유, 빅데이터로 재도약=디지털 환경에서 쌓인 방대한 양의 정보를 뜻하는 '빅데이터'는 기존 산업에 새로운 서비스, 생산 혁신이 가능하게 해 '21세기 원유'라고도 불린다.
빅데이터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정보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춘천에 무려 3곳 있다.
춘천의 기후, 수자원, 지진으로부터의 안전성 등을 고려해 네이버, 더존비즈온의 IDC가 운영 중이며, 삼성 SDS 데이터센터도 조성될 예정이다.
빅데이터에 특화돼 운영 중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빅데이터 전문인력 양성과 의료기기, 바이오 산업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원테크노파크는 신소재 산업을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세라믹 원료산업으로 혁신시키기 위해 기업 지원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 개발에서 벗어나 중소·중견기업이 선도한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열린 2017 강원경제인페스티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소·중견기업의 중요성과 과제'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적정 기업 규모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즉각적인 대응력과 성장력을 갖춘 중견기업이 성장에 유리하다”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성장 사다리를 놓고,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