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2013 만해축전 전국고교생 백일장]대통령상 수상작-반대와 열대

박성연(광주 살레시오여고 3년)

무더위 속에서 그림자만 팽창하는 밤이에요

쿠톰나 아코 쿠톰나 아코*

여동생 목소리가 이명 섞여 들려오면

끼니 대신 한국어 사전을

꼭꼭 씹어먹어요

이곳은 대륙성 기후

달아나는 입 속 발음들을 붙잡으려

나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다녀요

반대는 반대 열대는 왜 열때인 걸까요

연습장 칸칸마다 로복강이 부풀어 올라요

정신 빠진 검둥이 새끼, 일 똑바로 못해?

한국 와서 처음 배운 말이

나의 지독한 곱슬머리처럼 언제나 구불거려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더 쓴 것이

이 땅 위에서의 룰이기에

견딜 수 있는 만큼만 견디기로 약속해요

민도로섬에 두고 온 얼굴들 떠오르고

나의 지문은 희미해져요

잠들기 전 기도문을 주문처럼 읊조리는 건

더운 나라에서 첫째로 태어난 나의 습성

구식 선풍기 모터 돌아가는 소리에

흩어지는 문장들 나는, 너는

나는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어가요 *

틈새 하나가 있다면 마음 편히 들어가고 싶은 밤이에요.

*쿠톰나 아코 : '배고파요'라는 뜻의 필리핀 말.

*밴드 쏜애플(THORNAPPLE)의 1집 앨범 타이틀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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