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2013 만해축전 전국고교생 백일장]“주제와 진정성 배어 있어 찡한 감동”

심사평 - 오정희 심사위원장

◇지난 11일 인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 만해축전 제15회 전국고교생 백일장에서 시, 시조, 산문 부문에 참가한 학생들이 '얼굴, 집, 문'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인제=권태명기자

△산문 부문 = 삶의 경험이 짧고 제한되어 있는 청소년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으나 많은 글이 장애인, 치매, 결손가정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사회적 현실이나 기왕에 흔히 사용되어온 소재들을 빌려 쓴 점이 아쉬웠지만 당선권 안에 든 몇편의 뛰어난 작품을 만난 것은 큰 수확이었다. 황혜림의 '웃는 얼굴'은 고사상에 올려진 돼지머리의 웃는 얼굴과 이해할 수 없는 웃음띤 얼굴을 대비시키면서 역시 살아간다는 일의 고달픔과 페이소스를 슬쩍 보여준다. 단 아버지가 어떤 상황에서도 늘상 웃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는 사연을 암시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정혜원의 '문'은 차분하고 단정한 문체의 '모범적 글쓰기'를 보여준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언니와 그 언니를 바라보는 동생의 시선이 캐모마일차 향기와 더불어 은은하게 따뜻하게 담겨 있다. 자칫 거칠고 어둡기 십상일 글의 흐름이 감상에 빠짐없이 시종 절제를 잃지 않고 나와 너 사이에 존재하는 '문'을 열어가는 것이다. 잔잔하지만 글쓴이의 내면의 깊이와 성숙성이 엿보이는 글이다.

무더운 날씨에 창작을 위한 값진 땀을 쏟으며 자신의 글들을 써낸 참가학생들에게 격려와 함께, 입상작들과 선외작들과의 차이는 그다지 큰 것이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 시 부문 = 시는 감성(정서, Emotion)과 직관(Intuition)이 중요하다. 감성과 직관은 글을 쓰는 작자의 기발한 상상력과도 상통된다. 전국에서 참가한 1,000여명의 학생들이 마치 옛날 과거시험장을 방불케하는 문재를 겨루었다. 작품수준도 해마다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시제를 잘 소화해내는 학생들의 능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대체로 시의 이미지 형상화 그리고 작자가 쓰고자 하는 주제와 또한 시의 특성 중 하나인 상징성을 잘 살려냄으로써 언어 예술의 묘미를 실감케하여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반면 글쓴이(작자)의 진정성이 결여된 채 훈련에 길들여진 작품들은 작자의 속 알맹이가 빠진 듯하여 감동을 줄 수 없었다. 2013 만해축전 제15회 전국고교생 백일장에서 대통령상과 그 외 문화부장관상 및 수상권 안에 든 학생들의 작품은 위에서 시의 요소들을 고루 갖추고 있었으며 잘 구상화하고 있었다. 또한 주제와 진정성이 배어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찡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 시조 부문 = 만해축전의 열기와 함께 여름해가 중천에 걸린 백일(白日)이었다. 학생들이 써낸 작품 속에는 땀 냄새가 배어있는 듯했다. 한 작품 한 작품이 소중했다. 알다시피, 시조는 정해진 형식을 지키는 시의 한 양식이다. 시조 율격의 범주를 넘지 않으면서도 참신한 시적 발상을 이룬 작품이 8편이었다. 예년에 비해 수준이 높았다. 그러나 이들을 꼼꼼히 살핀 결과 작위성이 문제가 되었다. 성장기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세계를 제재로 삼기보다는 일정 부분 기성시인들의 상투성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화부장관상을 받은 '문'은 자신의 진솔한 체험에서 건져낸 수작이다. 자연스러운 율격과 함께, 성장기에 겪을 수 있는 갈등의 세계에서 '문'을 열고 화해의 세계로 나가고자 하는 발상이 돋보였다. '개미'는 18평 아파트에 이사 오기까지의 내력을 '개미'의 이동에 비유한 힘 있는 글이다. 나머지 작품들에서 오히려 뛰어난 수사적 기량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성장 과업을 이루려는 청소년다운 풋풋한 감수성이 부족하였음을 지적하고 싶다.

■ 심사위원

◇ 심사위원장 = 오정희 소설가

◇ 본심 = 오세영 시인, 최명길 시인, 이영춘 시인, 최동호 평론가, 이숭원 평론가, 홍성란 시조시인, 염창권 시조시인, 서안나 시인

◇ 예심 = 김도연, 주영선, 홍종화, 장시우, 유승도, 이홍섭, 서안나, 박현수, 방민호, 한승태, 전형철, 권성훈, 박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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