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 피겨 출전 노리는 빙상협회
1975년 창설 … 저변 확대에 매진
세계 수준의 외국인 코치들 영입
유망주 매년 '드림프로그램' 보내
작년 1월 설립 스키·스노보드협회
최근 평창 방문 경기장 시설 견학
“설질 훌륭 … 전훈지로 적합” 호평
“외국인 대중교통 이용 불편” 지적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만든다.”
태국빙상협회, 태국 스키·스노보드협회가 향후 태국 동계스포츠의 발전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이다. 겨울이 없는 태국 국민은 동계스포츠를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관심조차 없다. 이에 따라 두 협회는 태국 내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는 물론 동계올림픽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태국빙상협회=지난 5일 태국 임페리얼 월드 빙상장에는 미래의 피겨 스타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피겨의 기초부터 난도 높은 턴 및 점프까지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며 빙판 위를 날카롭게 갈랐다.
훈련 중이던 리사 보라사팃(여·13·태국 연령별 국가대표)은 “최종 목표는 태국 시니어 국가대표가 돼서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세계적인 피겨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국 정부가 10여 년 전에 만든 임페리얼 월드 빙상장의 관리 주체는 태국빙상협회다. 태국빙상협회는 1975년 창설돼 1980년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멤버가 됐다.
태국 빙상은 곧 피겨다. 빙상협회 역시 피겨 종목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등록된 피겨 선수는 56명(초급 20, 중급 20, 시니어 16명)이다. 등록 선수와 최근 남녀 선수 희망자를 합하면 100여 명정도 된다. 빙상협회 초기에 등록 선수와 비교하면 무려 10배가 늘었다. 최근에는 쇼트트랙 종목 육성에도 매진하고 있다.
태국빙상협회는 세계 수준의 외국인 코치를 영입한다. 그래서 인접 국가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피겨 선수들도 코치의 지도를 받기 위해 이곳 임페리얼 월드 빙상장을 이용한다.
빙상장은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한다. 재미있는 점은 국가대표 훈련시간에도 일반인들이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국가대표 훈련시간에 개방하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수와나 태국빙상협회장은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오래전부터 교류하고 있다. 연맹과 협력하에 한국인 피겨 코치, 쇼트트랙 코치를 영입하기도 한다”면서 “강원도가 주최하는 드림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7~8년째 매년 3명씩 유망주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국의 빙상 종목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결국 동계올림픽에 많은 선수를 출전시켜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오는 9월에 열리는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태국스키·스노보드협회=태국스키·스노보드협회(이하 협회)는 2016년 1월 설립됐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가시적인 성과는 지난 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제8회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나왔다. 태국 대표팀은 크로스컨트리 스키, 알파인 종목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눈이 없는 나라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협회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알파인 종목에 남녀 대표팀 선수 4명이 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선수들을 칠레, 아르헨티나 등 해외로 보내 강도 높은 전지훈련을 시키고 있다.
피야스바스티 암라난드 회장은 “협회가 발족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태국올림픽위원회와 협력, 많은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대표팀 선수들이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인 국제스키연맹(FIS) 포인트를 충족할 수 있도록 대회 참가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과 함께 만난 품차이 부회장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근 평창을 방문해 올림픽의 숙박, 교통, 경기장 시설 견학을 하고 귀국한 터였다.
올림픽 준비상황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준비가 부족해 보였다”며 “특히 외국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평창으로 이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은 기간에 잘 준비해서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기원한다. 향후 강원도가 겨울이 없는 태국에 동계스포츠를 선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품차이 부회장은 태국의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개최지인 강원도, 대한스키협회 등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올해 초 일본 홋카이도와 연계, 스키·스노보드 캠프를 개최했다. 평창올림픽 이후에는 개최지인 강원도 역시 캠프 및 대표팀 전훈지로 활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경기장 설질은 각종 국제 대회를 대비하기에 홋카이도보다 오히려 강원도가 더 낫다. 대표팀 전훈지로 손색이 없다”면서 “숙박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동남아 국가들에게 홍보만 제대로 한다면 강원도는 올림픽 이후 동계스포츠와 연계한 관광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태국 방콕 =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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